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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등록날짜 [ 2013년12월14일 10시44분 ]
2009년 (주)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의 정리해고에 맞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와 그 조합원들은 77일간의 점거파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대하여 쌍용차는 금속노조, 금속노조 간부, 쌍용차지부, 지부 간부와 조합원 일부에 대하여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리고 2013년 11월 29일에 선고된 평택지원 1심판결은 감정결과인 55억 1,900만원을 수용하면서 손해산정 방식의 오차, 사건의 경위 등을 참작하여 40% 감액하여 최종적으로 33억 1,140만원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손해산정 방식을 비롯해 대규모 가압류 문제, 특정 피고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소권 남용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많다. 다만 여기에서는 위와 같은 대규모 손해배상 사건의 근본에는 쟁의행위 목적을 협소하게 보고 있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점을 주로 지적하고자 한다.
 
정리해고 앞에서 너무나 무력한 쟁의행위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문제는 결국 ‘불법 쟁의행위’ 문제에서 시작된다. 사용자는 쌍용차 파업이 목적뿐 아니라 수단(전면적 공장점거)의 측면에서도 위법하므로 불법성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쌍용차 지부는 처음부터 공장을 점거한 것이 아니라 부분파업 등을 진행하다가 회사가 도저히 교섭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후 수단으로 공장점거를 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회사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하여 교섭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였을까.
 
대법원이 이미 정리해고 문제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으니 쌍용차지부가 정리해고에 관한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 되며, 이에 따라 회사는 버티기만 하면 공권력이 ‘불법파업’을 하는 지도부를 처리해줌으로써 회사의 의사대로 정리해고를 추진하는 것이 손쉬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정리해고에 관하여 노무제공 거부 방식의 쟁의행위를 진행하는 것이 회사에 전혀 압력을 주지 못하였고 당시 전체 조합원의 44%가량이 구조조정이 될 운명에 처한 쌍용차 지부는 마지막 수단으로 공장점거 방식의 쟁의행위를 택하게 된 것이다.
 
대법원의 위법·월권행위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노동3권으로 인정하고 쟁의행위를 보호하는 것은 약자인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라는 방식을 통하여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을 하여 근로조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집단적 노사자치’라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무조건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불법’이라고 못 박으면서 정리해고 문제에 관하여는 헌법이 예정한 집단적 노사자치에 의한 해결방식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덧붙이자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도 갈수록 완화해서 해석하고 있는바, 개별적 근로관계 차원에서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근로자에게는 매우 요원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대법원은 어째서 정리해고 문제를 집단적 노사자치에서 제외하고 있는가. 대법원 2002도7225판결에서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 판결은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전제한 후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하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옳다”고 단정한다. 이로 인한 노동3권 제한의 우려에 대해서는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하다거나 혹은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여 고용을 창출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답할 뿐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은 어디로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법률해석론이 아닌 초등학생 수준의 단순한 경제논리에 기초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법원이 강조하는 규범조화적 해석과도 한참 거리가 멀다. 노조법 제2조 제5호에서는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서 ‘해고’를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의 ‘해고’에서 근로기준법 제24조 상의 정리해고를 제외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위 판결은 대법원이 정리해고 문제에 관하여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법부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요, 법률해석의 원칙에 반한 위법행위임이 분명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헌법은 노동3권의 보장을 통하여 해고를 포함한 근로조건을 집단적 자치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이 위법, 월권적인 해석으로 정리해고 문제를 집단적 자치의 영역에서 제외함으로써 현재 한국사회에서 정리해고 문제를 ‘정상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2009년 쌍용차 점거 파업 및 이번 쌍용차 손해배상 판결도 그 근본에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위법, 월권적 해석이 자리잡고 있다. 하루빨리 대법원이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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