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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등록날짜 [ 2012년02월29일 10시23분 ]

오바마 대통령은 경선과정에서부터 인종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유색인종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사라진 게 아닌가. 그러니 흑인이나 여성 같은 소수자를 우대하는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 또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내 딸에게 적극적 조치는 필요 없다. 이런 혜택은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오바마의 답변은 인종보다는 계층을 중시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되었다. 이후 히스패닉 여성이자 적극적 조치의 지지자인 쏘토마이어를 대법관에 지명함으로써 오바마는 다시금 소수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미국사회의 중요한 과제임을 천명하였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의 열기 속에서 1965년 도입된 미국의 적극적 조치는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반세기를 지속해왔다.
 

한국에선 총선을 앞두고 여성의무공천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여당의 유력 대권후보, 야당대표가 모두 여성이니 문득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만큼 여성 정치인의 활약이 대단하니 여성의 정치참여를 우대하는 제도가 필요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인종차별의 종식을 증명하지 않듯이, 여성 대권후보의 등장으로 정치권의 성별불균형이 모두 해결된 듯 섣불리 과장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혜 논란에 빠진 여성의무공천제
 

우리 선거법은 비례대표 후보 중 여성 50% 할당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회의원 정원 299명(19대는 300명) 중 비례대표가 54석이고 이 중 절반인 27석을 여성으로 채운다면,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성참여는 최소 9%가 보장되는 셈이다. 9%에서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는지는 지역구에서 여성이 몇 명이나 당선되는지에 달려 있다. 후보자의 30%를 여성으로 공천하는 조항이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니다보니 실효성이 없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지역구 공천에서 30%에는 못 미치더라도 일단 그 절반인 15%를 여성으로 공천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남성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충돌하는 공천과정에서는 논란이 많기 마련이지만, 여성의무공천제는 좀 더 신중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저조한 여성의 정치참여를 북돋우기 위해 적극적 조치, 곧 비례대표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8년전 17대 총선부터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 현재 13.7%인 여성의원 비율은 여전히 국제적 흐름에 비추어 미흡하며, 계파와 연줄, 검은 돈이 스며드는 정치판을 다양한 인재들로 일신하기 위해 지역구 여성공천을 늘리자는 제안은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일부에서는 18대 비례대표 출신 여성의원들에게 또다시 19대 지역구 공천이라는 혜택을 주기 위해, 오랜 기간 지역구에 공을 들여온 남성후보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일견 그럴듯한 특혜 논란이지만, 사실 17대 여성 비례대표 의원 29명 중 18대 국회로 돌아온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재선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말이다. 또한 15%를 여성으로 공천한다 해도 당락을 고려해본다면 이 제도가 획기적으로 여성의원직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의무공천제의 목적은 ‘정치개혁’


이처럼 여성특혜 주장은 현실적 근거가 약할 뿐 아니라, 개인들 간의 무한경쟁을 옹호하는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효과를 교정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의 의미와 원칙을 근본적으로 곡해하는 위험한 주장이다. 더욱이 중앙정부에 여성정책 전담기구를 최초로 설치한 김대중정부, 차별시정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는 민주통합당 구성원들이 도리어 이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의무공천제를 실천하지 않는 것을 비판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또한 경선을 배제한 여성공천은 지역구민의 선택을 제한함으로써 소선거구제 원리와 충돌하며, 여성의원을 늘리려면 비례대표룰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선거제도의 원칙과 내부적 정합성도 중시되어야 하지만, 어렵사리 도입한 적극적 조치를 계속 중장기적 과제로 남겨두기보다는 실제로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 또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여성공천이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단지 스펙이 뛰어난 여성인재를 영입하여 당선시키는 게 의무공천제의 목적이 아님을 되새겨야 한다.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시급한 개혁과제들에 매진할 수 있는, 청렴하고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을 등용하는 데 여성의무공천제가 기여해야 한다. 여성 정치인의 어깨도 그만큼 더 무거워질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현실에 맞는 적극적 조치의 원칙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다듬어가야 한다. 겨우 8년간 운영해보고 근거없는 ‘성대결’, ‘특혜’를 운운하면서 제도 자체를 흔드는 것은 정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정당과 의회로 수렴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으로서 여성의무공천제가 긍정적인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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