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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과
등록날짜 [ 2014년01월15일 16시44분 ]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내수 활성화와 서비스산업 발전을 거론하면서 모처럼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이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일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특히 성장정책은 대기업 위주, 제조업 중심, 수출 지향적이었다. 여기에 딱 맞는 기업 모형이 재벌이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재벌 그룹은 정확히 이런 정부시책에 의해 육성된 기업집단이다. 이런 시책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사라져갔다. 국내 건설경기에만 의존하는 영세 건설회사들이 사경을 헤맨 지는 오래되었고, 한때 최고의 기업으로 대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SK텔레콤조차 내수가 부진하면서 요새는 그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우리 경제정책의 모순적 역사


이런 정책은 빛과 그림자 모두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방대한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 우리의 산업생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빛이지만,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주기적인 국제 금융위기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수치로 표시된 경제성과와 국민의 삶 사이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그림자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에는 제조업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됨으로써 고용 없는 성장, 소득 없는 성장이 중요한 경제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만큼 정부의 대응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정책은 기본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왜일까?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채 모순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써왔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심화되어 국제 금융위기에 자주 노출된다는 본질은 보지 못한 채, 금융위기를 조속히 극복한다며 저환율을 통한 수출보조금을 증가시킴으로써 대외 부문의 규모를 더욱 증가시켜온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고용이 가장 좋은 복지라면서, 그리고 고용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하는 웃지 못 할 자기모순이 비일비재했다.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마도 필자가 기억하기에는 내수 활성화와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경제성장, 수출촉진,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보다 비중 있게 취급한 최초의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이다. 정녕 이 부분만 보면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이 이제 드디어 변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새로운 문제의식, 그러나 진부한 전략


그러나 기대는 여기까지다. 정부가 새 술을 찾아 나서려는 마음가짐은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직 새 술을 담기에 적합하지 않은 헌 부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담겨 있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은 ‘몇몇 서비스산업을 중점지원 대상으로 선정’하여 정부가 지원하는 것과, 전반적인 기업 활동 진작을 위해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과거에 써먹던 방식이다. 과거 자본이 부족하던 시절,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차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희소한 자원인 자본을 특정 산업 부문에 집중적으로 배정한 전략의 답습이기 때문이다.


지금 자본은 부족하지 않다. 지금 부족한 것은 사람이다. 잘 훈련된 노동자,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공학자, 기초학문의 발전을 이끌어줄 과학자, 손에 쏘옥 잡힐 것 같은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 인간의 본성을 잘 이해하는 인문학자 들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을 많이 공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장 설립과 관련한 규제를 몇 건 완화한다고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넘쳐나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시도하는 것은 대개 독약에 가깝다. 기존 근로자가 축적한 인적자본을 하루아침에 내팽개치면서 잠재적인 근로자에게 '이쪽 산업으로는 절대 가까이 오지 말라'라는 왜곡된 신호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 몇 개를 집중 지원한다고 이런 사람들이 풍부해지는 것도 아니다. 특정 산업이 어떤 인력을 필요로 할지 도대체 누가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돈이 부족하지 않은 마당에 금융지원을 운운하는 것도 번지수가 맞지 않는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좋은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은 미국 정부가 무슨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주어서 만들어진 회사가 아니다. 창의성을 숭상하는 사회풍토, 도전을 뒷받침해주는 사회안전망, 그리고 대기업의 횡포가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지 못하는 경제여건 등이 종합적으로 뭉뚱그려진 결과에 가깝다. 즉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정공법이 꼼수와 편법을 압도하는 사회였기에 그나마 가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정부가 주도’하려는 듯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5년의 세월도 길다는 듯 3개년계획을 세우려 한다. 또 규제완화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땡처리’ 하고 있다. 아직도 교과서보다는 속성 과외를 믿고, 경제기초를 튼튼히 하기보다는 몇몇 공룡을 인위적으로 양육해보려 하고 있다. 과연 이런 전략으로 서비스업 중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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