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24=민경범 기자]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 환풍구 추락사고의 안전관리 책임을 놓고 지자체와 행사를 주관한 업체 측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행사를 주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관객 안전 지원을 약속했던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인 만큼 안전사고 책임도 업체 측에 있다며 말을 바꿨다.
김남준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대책본부 대변인은 18일 분당구청 프레스룸에서 브리핑을 열어 “행사를 주관한 이데일리가 임의로 팸플릿에 경기도와 성남시를 주최자로 명시했다”며 “도와 시는 이번 행사와 관련해 구두로나 문서로도 주최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성남시 등에 사전 허가를 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성남시는 조례로 일반광장과 경관광장을 구분해 관리하는데 경관광장의 경우 행사 개최 전 구청의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반광장은 별다른 허가 절차가 없다”며 “사고가 난 광장은 일반광장”이라고 답했다.
행사가 열린 판교 유스페이스 앞 광장이 사전 허가나 신고를 거쳐야 하는 경관광장이 아니라 일반광장인 만큼 당연히 허가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초 이번 행사에 관객 안전을 지원하기로 했다던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사고 발생 이후 책임을 주관자인 이데일리 측에 전가하는 모양새다.
과기원은 이날 현장에서 긴급회의를 연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를 상대로 사고 개요를 설명하면서 “행사 대행사에서 안전요원을 배치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구체적인 안전요원의 수와 역할은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일부 예산 지원까지 결정한 상황에서 사고가 터지자 뒷짐을 진채 관망하는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과기원은 전날에도 안전관리 책임은 실질적으로 행사를 주관한 이데일리 측에 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과기원은 이미 지난 15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민간 주도의 축제로 열리는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무대설치와 축제에 참가하는 관객 안전과 관련된 제반사항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어 사고 직후 말 바꾸기를 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기원은 다만 “행사 지원차원에서 지난 10일 분당구청에 장소사용 신청과 안전점검을 요청했고 나흘 뒤인 14일 성남시로부터 광장의 설치 목적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행사의 실질적인 주최·주관 기관인 이데일리TV에서 분당경찰서에 교통안전과 행사장 시설안전 점검을 요청해 이데일리TV 국장이 행사 하루 전인 16일 경찰에서 안전교육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이처럼 과기원이 안전관리 책임을 이데일리 측에 전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데일리 측은 경찰에서 실질적으로 행사를 주관한 것은 과기원이며 안전관리 책임도 과기원에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운 이데일리 측은 오후에 재차 사고(社告)를 올려 “사고 이후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일절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달라 당사의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는 “과기원은 매월 넷째주 금요일 판교밸리에서 사랑방 정오콘서트와 연간스페셜 콘서트를 개최해왔고 도, 과기원, 시, 이데일리·이데일리TV는 기존행사를 지역 입주사 임직원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사회공헌에 일조할 수 있는 문화예술 축제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도, 시의 주최기관 명칭을 도용하지 않았으며 도 산하기관인 과기원, 시와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각 기관의 엇갈리는 주장과 사고 책임소재는 경찰 수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질 전망이다.
이번 행사는 판교밸리 입주기업인 KG그룹 계열사인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등 민간 주도 축제로 추진됐다. 경기도와 성남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주최로 참여한 것으로 홍보됐다.
총 사업비는 2억원 규모로, 과기원은 행사 후 무대 설치비 중 일부인 1960만원을 이데일리 측에 지원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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