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24=민경범 기자] 대법원이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쌍용차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과 사측의 해고회피 노력 등이 있을 경우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여서 향후 노사간 정리해고의 중요한 판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3부(박보영 대법관)는 13일 쌍용차 조합원 노○○ 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기업의 긴박한 사정에서의 정리해고는 유효하다는 취지를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구조조정에 대해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 연구개발 투자 및 신차 개발 소홀에 따른 경쟁력 약화, 주력 차종인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판매량 감소 등에서 비롯된 구조적 위기 상황이라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쌍용차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 인원 축소,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실시한 점을 들어 해고회피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쌍용차는 2009년 경영난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자구계획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해 4월 발표한 경영정상화 방안은 자산매각과 함께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골자였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5월 22일부터 77일간 옥쇄 파업에 나섰다. 시민단체, 정치권이 가세해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됐고, 쌍용차 노사는 8월 6일 대타협을 이룬다. 이에 따라 1904명이 희망퇴직을 했고, 454명에 대해서는 무급휴직이 이뤄졌다. 하지만 희망퇴직에 반대한 159명은 ‘자율적 해고’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됐다.

정리해고자들은 “회사가 회계조작을 통해 구조조정의 근거를 마련,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2011년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인력구조조정은 경영위기로 인한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회사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맞섰다.

1, 2심 과정에서 회계전문가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법정에 불러 부실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과정도 거쳤다. 이런 과정에서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회사 측의 손을, 2심은 정리해고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큰 이변이 없는 한 회사 측의 승소로 결론이 나게 됐다. 이미 민주노총, 쌍용차 해고근로자 등이 회계조작 등의 혐의로 쌍용자동차 경영진과 감사인을 고발한 건 역시 올해 3월 전원 ‘협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쌍용차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인력구조조정 문제가 대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이와 관련한 소모적인 사회·정치적 갈등이 해소될 수 있게 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사 안정을 위한 조치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는 지난해 3월 전원 복직이 이뤄졌다. 회사 측은 향후 직원 채용시 희망퇴직자들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계획이다. 다만 회사의 경영정상화가 전제다. 쌍용차는 올 들어 지난 3분기 영업손실 448억 원을 나타내는 등 적자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향후 경영 상황이 실질적인 흑자로 전환하면 2009년 8월 6일자 노사합의의 정신에 따라 희망퇴직자 등을 복귀시키는 등 고용문제 해결에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생산수요가 없는 인력의 무분별한 복직은 결국 경영부담으로 작용해 지난 2009년 사태와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아울러 이번 소송의 원고인 구조조정 근로자들을 희망퇴직자로 분류해 추후 복직 검토 대상에 포함시킬지는 좀 더 논의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9년 무급휴직에 들어간 직원 450여명을 지난해 전원 복직시켰으며, 1900여명에 이르는 희망퇴직자도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는 대로 복직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