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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안전위원회 위원
등록날짜 [ 2015년04월25일 11시53분 ]

그동안 줄곧 침묵을 지켜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담화문에는 “안전한 나라”, “안전 대한민국” 등 ‘안전’이란 단어가 수차례 언급되었다. 정부가 국민안전처를 신설하여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국민들도 함께 노력해달라는 것이 주요 메시지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가 ‘안전 대한민국’을 적극 어필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낮은 듯하다. 중앙일보 여론조사(4.16)에 따르면 정부의 국민안전을 위한 노력이 ‘충분하다’는 응답이 21.6%였던 데 비해 ‘부족하다’가 77.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안전을 위한 근본대책은 정말 제대로 세워지고 실행되고 있을까.
 

개인에게 책임 묻는 정부 안전대책
 

세월호참사로 인해 법정에 선 이가 무려 205명이다. 이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실소유주 일가, 청해진해운 임원, 선장과 선원, 하역회사 직원, 구명벌 점검 회사, 운항관리자 등등. 그만큼 사고의 원인이 복합적이고, 각 단계별로 수많은 원인제공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어떤 개인을 책임자로 특정하기 어렵다. 법정에서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묻긴 했지만 이들에 대한 단죄가 재발방지대책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던 선원들은 안전교육을 거의 한번도 받지 않았으며, 화물의 과적을 막거나 고박(固縛)방법을 개선할 권한도 없었다. 개인에 대한 처벌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의 안전대책은 여전히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은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개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말이다. 선장과 선원에 대한 ‘제복 착용’ ‘음주 단속’ 등의 대책 역시 개인들을 제대로 통제한다면 규율을 지키고 안전해질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온다. 그러나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개인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개선이다. 인원이 모자라고 시간에 쫓겨 화물을 제대로 고박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화물고박을 담당한 노동자의 안전의식이 부족한 탓일까?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징계를 받는 선장이 무리한 항해를 감행하는 것은 안전불감증 때문인가? 이들은 조직의 규율, 이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라는 규율에 의해 안전을 지키지 못하도록 강제된다.
 

정부는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여전히 개인이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전산업 육성책이 이를 상징한다. 정부가 안전점검과 안전교육 등을 책임질 민간업체를 키울 테니 이들 업체에 돈을 내 안전서비스를 구매하라고, 재난·재해보험 시장을 키울 테니 각자 보험에 가입해 위험을 대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 문제를 안전산업 육성으로 풀겠다는 생각은 ‘이제부터 국가는 안전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사회가 통제해야
 

진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시스템의 말단에 있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다. 특히 기업이 이윤을 위해 안전을 희생시키는 행위를 막는 일이 핵심이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규제다. 현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집중적으로 지적당한 선령제한 완화와 같은 부분만 약간 강화했을 뿐 대부분의 규제는 그대로 두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안전규제를 검토할 예정이지만, 최종결정은 규제완화를 위한 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가 하게 되어 있어 과연 규제완화 기조가 수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한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고 싶다면 가장 먼저 안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권한도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위험업무의 외주화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주화 된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원청에 대한 발언력이 약할 수밖에 없고, 사고가 일어나도 원청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위험을 감지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여 작업을 중지할 수 있을 권리다. 예를 들어 ‘이렇게 과적을 하고 평형수까지 뺀 배를 운행할 수는 없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법은 작업중지권을 사용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징계가 뒤따라 그렇게 하기 어렵다. 이를 현실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참사가 일어날 경우 가장 큰 희생자가 되는 시민들이 위험에 대해 미리 알고 이를 대비하는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안전대책은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만들고, 시민들은 이를 통보받을 뿐이었다. 그러나 재난대비 단계에서 시민참여를 보장하라는 요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령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에서는 보통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되지 않는 화학물질에 대한 ‘지역주민알권리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인근 공단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판매되는 제품에 어떤 화학물질이 사용되었는지를 알아야 사고를 예방하고 올바른 대응체계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사례로 지역안전관리 시스템과 공공다중이용시설 안전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위원회를 건설하자는 요구도 있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은 사회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대형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통제 등 정부의 개입과 시민의 감시활동이 핵심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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