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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식 - 변호사,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등록날짜 [ 2015년04월29일 16시13분 ]

진보교육이 다시 한 번 좌절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외치는 보수는 쾌재를 올렸다. 내심 낙관했던 진보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배심원 7명 전원일치 유죄평결’이라는 결과에 경악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측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이었고, 과거 ‘나꼼수’나 안도현 시인의 승소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은 당초 국민참여재판에 반대했다.
 

그렇다면 조희연 재판의 배심원 전원유죄라는 ‘충격적인’ 결과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항간에 떠돌았던 배심원들의 정치적 성향 즉 ‘배심원들이 모두 강남 사람’이라는 가설은 성립되기 어렵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배심원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 관할인 강남, 서초, 동작, 종로, 중구, 관악 등 6개 지역에서 300명이 소환되고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이 차례로 배제권을 행사한 결과 7명을 배심원으로 2명을 예비배심원으로 확정했다. 4대3이나 5대2라면 몰라도 7대0으로 편향이 이루어지는 건 확률적으로 희박하다.
 

재판의 프레임에서 패배하다

 
때문에 냉정하게 판단해서 “배심원들이 변호인단보다는 검찰의 논리에 설득됐다”는 설명이 합리적이다. 지난 4월 20일부터 나흘간 열린 재판의 핵심쟁점은 ‘기소의 부당성’이 아니었고, 조 교육감이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게 허위사실공표인지’였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의혹제기가 후보자검증을 위한 정당한 과정이었다고 항변했지만 그의 입장은 궁색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선거판에서 충분한 검증절차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실제로 재판과정에서 배심원들에게 주어진 정보는 조 교육감에게 불리한 것들이었다. 일단 영주권의혹은 허위사실이었다. 문제는 허위사실인지를 조 교육감이 알고 공표했는지 여부였는데, 최초로 SNS에서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기자도 조 교육감에게 추가확인을 당부했고, 고 후보의 해명 후 사과표명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조 교육감 측 선거캠프 관계자가 사실여부를 확인했다는 고 후보의 지인은 법정에서 조 교육감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조 교육감 측이 주장한 변호사 자문도 그 시기와 절차가 배심원들에게는 충분치 않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결국 프레임에서 패배했다. 짜여진 재판의 프레임이 ‘기소의 부당성’이 아닌 ‘허위사실공표’인 이상, 웬만해서는 조 교육감이 빠져나오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물론 변호인단도 이를 모르진 않았다. 변호인단은 ‘기소의 부당성’을 부각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재판장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장은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에 앞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 문제는 전문적인 부분이라 배심원들에게 맡기기 힘드니 제가 판단하도록 하겠다”라고 하면서 배심원들에게는 ‘허위사실공표’만 판단하도록 유도했다. 나아가 고 후보가 재판장에 출석하여 “조희연 후보가 자신을 낙선시킬 목적으로 엄청난 계획을 준비하였고, 여기에는 자신의 딸인 캔디 고의 서신공개도 포함되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도 위증여부를 문제 삼지 않고 이를 배심원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도록 방치하였다. 고 후보의 날선 비방은 배심원들을 자극했고, 재판장은 판결문에서도 이를 양형의 사유로 인용하였다.
 

면죄부를 받은 검찰, 배심원의 뒤에 숨은 법원
 

잘 알려진 대로 이번 재판은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부터 시작되었다. 검찰은 선관위에서도 경고로 끝냈고, 경찰에서도 무혐의로 처리한 바 있는 사건을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기소하였다. 검찰은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고 후보의 종북몰이 등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고, 조 교육감의 영주권 의혹제기에 대해서만 기소하는 편파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래서 모두 분노했다. 그리고 흥분했다. 조 교육감 측은 검찰 못지않게 미덥지 못한 사법부를 우회해서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함으로써 그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조 교육감과 우리 모두는 ‘투표로 선출한 교육감’을 이 정도 사안으로 낙마시키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프레임에 사로잡힌 배심원들은 조 교육감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 결국 검찰의 ‘공소권 남용’은 면죄부를 받았고, 사법부는 교묘하게도 배심원들의 뒤에 숨게 되었으며, 안타깝게도 민주주의 꽃인 표현의 자유, 선거의 자유는 시퍼렇게 멍들고 말았다.
 

조희연 교육감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역설’을 언급했다. 조 교육감은 국민참여재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대해 시민의 상식과 법 감정에 따라 판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그의 말대로 ‘미시적인 법률판단’으로 귀결되었다. 이로써 우리는 진보교육감의 운명, 서울 교육의 미래를 어느 ‘의로운’ 법관의 양식에 기대볼 수밖에 없는 또다른 역설에 직면하게 됐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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