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공동취재단=문 우 기자】 “65년 만에 만났는데, 그냥 그래요. 보고 싶었던 거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지. 눈물도 안 나오잖아요”
이순규(84)씨는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65년 동안 기다렸던 남편 오인세(83)씨를 만나고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리며 반가움을 표현했지만, 정작 이 씨는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이 씨는 “평생을 떨어져 살았으니까 할 얘기는 많지만 어떻게 3일만에 다 얘기를 해... 나는 결혼하고 1년도 못 살고 헤어졌으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 오 씨 역시 “전쟁 때문에 그래. 할매, 나는 나는 말이야, 정말 고생길이... 고생도 하고 아무 것도 몰랐단 말이야”라며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1949년 12월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은 결혼생활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50년 7월 ‘생이별’했다. 남편은 전쟁 발발 직후 “며칠 동안 집을 비워야 한다”는 말만 남긴 채 그 길로 이 씨의 곁을 떠났다. 당시 이 씨의 뱃속에는 아들 오장균(50)씨가 있었다.
이 씨는 아들이 태어난 뒤에는 전국을 돌며 삯바느질과 농사일을 하며 홀로 가정을 꾸렸다. 고향인 청주시 강내면에 돌아와서도 아들과 함께 남편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이 씨는 남편이 직접 만든 장기알과 결혼할 때 신었던 구두, 밥그릇 등 남편의 손때가 묻은 모든 물건을 고이 간직하며 한순간도 남편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남편이 끝내 돌아오지 않자 37년 전부터 매년 8월 3일을 기일로 정해 제사를 지내왔다.
이날 아들 장균 씨는 꿈에서만 그리던 아버지를 처음 만나 “아버님 있는 자식으로 당당하게 살았습니다. 저랑 똑같이 닮으셨습니다.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큰절을 올렸다.
문 우 기자|master@inewstim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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