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친노 지지자들이 여야 각 당을 향해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게는 환호를 보냈지만, 국민의당에게는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에게는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더민주 주류인 친노 세력이 각 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봉하마을에 운집한 지지자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날 추도식에서는 더민주에 못지 않게 정의당 의원들이 친노 지지자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먼저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나경채 공동대표, 노회찬 원내대표가 헌화와 분향을 마치고 나오자 현장에 모인 추모객들은 "정의당 화이팅"을 외쳤다. 일부 인파 속에선 노 원내대표가 지나가자 "노회찬 노회찬"을 연호하기도 했다.
4·13 총선 과정에서 더민주와 정의당이 일부 지역에서 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룬데다 이념적 성향이 친노세력과 가깝다는 점에서 '우군'으로 여기는 모양새였다.
더민주 쪽에선 인물마다 환호와 무관심이 엇갈리는 특징이 있었다. 친노 좌장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예의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만세" 등의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지만, 문 전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인 김종인 대표에게는 뚜렷한 환호도 비난도 없었다.
가장 주목을 받은 당은 단연 국민의당이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위시한 국민의당 지도부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보다 더한 비난을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친노 지지자들 상당수는 국민의당 지도부가 탑승한 버스가 봉하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험한 소리를 내뱉었다. 곳곳에서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욕설 등 육두문자와 함께 "물러가라"는 고성이 번갈아 쏟아져 나왔다.
한 친노 지지자는 '호남에서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안철수 물러가라'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손으로 들어 보이기도 했다. 또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가 추도식 전 노 전 대통령 사저로 들어서자 "너희들이 거기 가면 안 돼"라며 달려들어 이를 제지하는 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 등 더민주의 주류세력을 비판하며 탈당해 제3정당으로 자리 잡은 국민의당에 대한 친노들의 반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는 헌화와 분향을 하면서도 "국민의당도 왔냐?"는 비아냥을 듣는 등 추도식 내내 비난과 야유를 들어야 했다.
지난해 추도식과 지난 1월12일 봉하마을 참배 때도 험한 소리를 들었던 안 대표는 추도식 직후 참배하러 이동하면서 경호 인력들이 펼쳐든 우산에 둘러싸인 모습을 보여 "뭐가 무서워서 가리고 있느냐"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는 조용히 추도식을 치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추도식을 15분여 앞둔 오후 1시45분께 봉하마을에 도착했지만 추모객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추도식 후 정 원내대표가 헌화와 분향을 할 때도 추모객들로부터 야유나 비난이 쏟아지는 광경은 없었다. 이는 지난해 김무성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 장남 노건호씨로부터 면박을 당했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경찰 추산 4,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추도식 본 행사에선 지난해와 달리 노 전 대통령 장남인 노건호씨도 정부여당을 향해 두드러지는 비난 언행을 삼가는 등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식을 전후해 국민의당에 연이어 욕설과 비난이 쏟아지면서 주최 측인 노무현재단 관계자들은 지지자들을 향해 "미워도 손님입니다"라며 거듭 자제를 부탁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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