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야기 = 임동현 기자】지난해 7월 유명을 달리한 故 정강자(1942~2017)의 첫 회고전 <정강자: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가 아리리오갤러리 서울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지난달 31일부터 동시에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초기 전위예술을 이끌었고, 평생‘한계의 극복’과‘해방’이라는 주제를 탐구해온 작가 정강자의 타계 이후 열리는 첫 전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의 생을 기리고 50여 년 간의 화업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서울과 천안 전시관을 동시에 열었다"고 밝혔다.
정강자_홍익대학교 회화과 4학년 실습실에서_1966_고 정강자 유족 제공
정강자는 '청년작가연립전'(1967) 등 당시의 주류 미술에 대한 젊은 작가들의 도전을 응집한 기념비적 전시에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그룹 ‘신전(新展)’ 동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투명풍선과 누드>(1968)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한국현대미술 초기 해프닝 및 퍼포먼스를 이끌며 1960-70년대 한국의 문화계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전위적 행위미술 그룹‘제4집단’의 멤버로 활동하는 등 미술계와 사회의 주목을 동시에 받아왔다.
<키스 미>(1967)와 같은 파격적인 조형작업을 포함해 <투명풍선과 누드>, <한강변의 타살>(1968), <기성 문화예술의 장례식>(1970)과 같은 퍼포먼스에 참여하면서 그는 자신이 마주했던 여러 경계와 틀을 해방시키고자 했지만 여성의 신체를 드러내는 작업에 대한 선정적인 시선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는 첫 개인전인 <무체전>(1970)이후 1977년 싱가포르 이주를 시작으로 1990년대까지 남미 등을 비롯한 세계 오지를 여행하며 국내 모 일간지에 여행기를 연재하기도 했고 2015년 갑작스럽게 선고 받은 위암으로 약 2년간 투병생활을 하다가 2017년 7월 23일 유명을 달리했다.
정강자 작가는 자신의 여성성을 숨기지 않은 과감한 작업과 행보로 당시의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으며 1970년대 후반부터 회화작업에 전념하며 자신의 삶을 다양한 여성상과 자연물, 그리고 기하학적 형태에 투영해 왔다.
사하라 The Sahara, 1989,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이 전시는 당초 1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지만 지난해 7월 작가가 갑작스럽게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최초의 회고전이자 유고전이 됐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 전시관에는 대표작을, 천안 전시관에는 최근작과 아카이브 자료를 배치해 한국 현대미술사 내에 특수한 맥락을 점거하고 있는 故 정강자 작가의 화업 전반을 미술사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균형있게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인 정강자는 국내 여성 아방가르드 작가의 선발주자와도 같은 존재”라면서 “그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였음에도 실험미술에 대한 기여도가 연구되지 않았고, 여성의 신체를 차용한 작업에 대해 선정적인 시각을 감내하는 등 이중소외에 시달렸던 작가”라고 밝혔다.
서울 전시는 2월 25일까지이며 천안 전시는 5월 6일까지 열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