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감형
재산국외도피, 뇌물혐의, 영재센터 후원금 등 모두 무죄 선고 … 승마 지원 일부만 유죄
기사입력 2018-02-05 15:17 기사원문 스크랩
【세상이야기 = 김명완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혐의 등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오후에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5일 열린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래 353일 만에 석방된다.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뒤집힌 게 형량에 크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핵심 혐의인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씨는 뇌물 수령으로 나아갔다"며 두 사람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원과 최씨 측에 마필과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한 '사용 이익'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이 마필 소유권을 최씨 측에게 넘긴 것으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마필 구매 대금 등은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게 항소심 판단이다.
앞서 1심은 마필 운송 차량 등 차량 구입 대금만 무죄로 보고 살시도나 비타나, 라우싱 등 마필 구입 대금 등 총 72억9천여만원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공여와 함께 적용됐던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모두 무죄 판단했다.
이 부회장 측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원은 뇌물로 준 돈일 뿐 이 부회장이 차후 사용하기 위해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니라며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낸 후원금 16억2천800만원도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도 1심처럼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삼성 측이 승계 작업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영재센터 후원금을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별 현안에 대한 삼성의 명시적·묵시적 청탁도 1심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67) 삼성 미래전략실 전 실장(부회장), 장충기(64) 전 차장(사장), 박상진(65)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황성수(56) 전 전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삼성의 후계자이자 삼성전자 부회장, 등기이사로서 이 사건 범행을 결정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지시하는 등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긴 어려웠던 점, 수동적으로 범행에 이르렀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에게 "이 사건 각 범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으며 실제 가담 정도나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상당이 크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에게는 징역 4년,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내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 때와 같이 이 전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최 전 실장·장 전 차장·박 전 사장에게는 징역 10년을, 황 전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역시 1심 구형과 같은 기간이다.
이와 함께 특검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재산 국외 도피 금액 상당인 78억9430만원 추징 선고도 각각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는 1심 당시에는 없었던 구형이다.
박 특검은 항소심 결심공판 당시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며 "이 법정은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단죄하기 위한 자리"라고 이 사건과 재판의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대통령이 도와준다면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제가 어리석지 않았다"며 "왜 제가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겠나. 이것만은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