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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8년02월28일 21시29분 ]

  【세상이야기 = 김한솔 기자】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가 기자들에게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아산병원 신규 박선욱 간호사 동기의 편지와 함께 메일을 보내왔다.


이 간호사는 글을 통해 “지난해부터 간호사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이런 식으로 드러나게 되어서 간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이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많은 간호사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아주 특별한 목소리가 있다면서 ‘달동기 간호사’의 한 편지를 소개했다.
 

‘달동기’는 대형병원들이 한 해에 몇 백 명씩 채용을 하고 달마다 병원이 필요한 수만큼의 간호사를 발령을 내준다. 이 때 같은 달에 발령받은 간호사를 ‘달동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간호사는 자살한 신규 간호사가 죽은 후에도 병원은 아직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고 말하고 있고, 달동기 간호사가 죽었음에도 감히 슬퍼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고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은 2018년이지만 간호사들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 한다. 달동기 간호사를 만나러 가는 것은 1987 영화를 방불케 한다. 병원 눈에 띌까 두려워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만난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간호사는 “아산병원의 신규 간호사가 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고, 고작 입사 6개월된 간호사도 아는 것을 모르는 척 시치미 떼고 있는 아산병원과 정부를 비판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산병원 신규 간호사의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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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저희 신규간호사들은 서울아산병원에 큰 꿈을 안고 많은 축하를 받으며 입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입사 후에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매일 12시간 이상으로 근무하기 일쑤였고, 근무 시마다 미숙한 점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꾸지람까지 들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는 스스로 미숙한 점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출근 전 한두 시간씩 도서관에서 근무 조별 업무 흐름 복습 및 환자파악을 하고, 오프에도 공부 및 과제와 간호기록 수정을 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매일 출근 전 전산을 열어보면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래도 저희는 ‘이 시간도 곧 지나가겠지’, ‘다른 병원보다는 처우가 나을거야’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6개월 동안 함께 교육받고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동료간호사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저희 곁을 떠나갔습니다. 글에 적혀 있는 동료간호사를 죽음까지 몰고 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삶은 저희가 살고 있는 삶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의 원인이 단편적으로는 신규간호사에 대한 높은 연차의 간호사의 태움으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간호사 근로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있습니다. 간호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 수가 많아 업무 부담이 높으며,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므로 실수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업무에 미숙한 신규간호사는 업무 수행 속도가 느리고 실수를 일으킬 위험이 많아 경력간호사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에 신규간호사와 함께 일하는 경력간호사들은 업무 부담이 증가하며, 신규간호사는 독립 후 실수에 대해 혹독한 훈육을 받고 장기간 근무를 하게 됩니다. 개인의 성격적 문제나 직장 내 분위기로 인한 태움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지만, 그 마저도 신규간호사에 대한 혹독한 훈육이 만연한 구조 속에 가려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신규간호사는 업무수행능력이 미숙하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근로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가장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영향 받습니다. 따라서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비단 신규간호사와 경력간호사의 대립문제가 아니라, 우리 간호사들이 내몰린 근로환경의 구조적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나, 수액세트 이물질 발견문제 등 그간 다른 병원에서 발생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항에 대해서는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발빠르게 대처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병원에서 발생한 본 사건에 대해서는 고인에 대해 ‘예민한 성격’, 및 ‘우울한 성격’이었다는 근거 없는 답변으로 유가족에게 상처만 남긴 채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하지 않으면서 ‘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1만례 수술’, ‘암·장기이식·심장병 등 고난도 수술, 한 해 6만여 건’, ’장기이식 생존률 美대형병원 능가’ 등과 같은 홍보성 기사를 보도하기 바쁩니다. 그 결과 서울아산병원의 어느 신규간호사들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혹독한 교육하에 최대 16시간씩 근무를 하고 있고, 경력간호사들도 여전히 가중된 업무부담을 떠안고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의료기관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간호현실을 저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에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다음의 사항을 제언합니다.


1. 신규간호사 자살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해주십시오.
  서울아산병원은 사건이 발생한지 14일이 지나도록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상규명을 통해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형식적이고 간호사의 업무 부담만 가중시키는 개선방안이 아닌, 실질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2.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선생님들은 용기 내어 목소리를 높여주십시오.
  이번 신규간호사 자살 사건은 우리 병원의 높은 지위로 인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외부적으로는 간호사집단을 넘어 각계에서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간호사 사회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진원지인 우리 병원에서는 어떠한 뚜렷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 이후에도 가만히 침묵하고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은 간호계 발전에는 무관심한 집단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진정한 변화는 외부의 힘으로만 일으킬 수 없습니다. 이제는 불편한 침묵을 깨고 우리가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3. 서울아산병원 간호부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태움은 많은 사건과 논의가 있었음에도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대한민국 간호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분명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나, 다양한 혁신으로 국내 간호계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존경받는 병원 1위’ 서울아산병원의 간호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변화를 일으킬 책임이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아산병원의 간호혁신 및 개선활동은 주로 간호부 주도의 활동을 각 부서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근로환경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는 부서마다 특성이 다르고, 업무도 다르고, 형성된 조직문화도 달라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변화를 도모하기 어렵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각 부서의, 다양한 연차의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간호부에서 경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017년 2월 28일
故 박선욱 간호사의 2017년 9월 입사동료, 신규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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