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민주노총)

【세상이야기 = 김혜림 기자】 노동절인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서울 도심에서 1만여명(주최 측 추산 1만6천명) 규모로 '128주년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대회를 열고 "한국 사회의 노동을 새로 쓰자"면서 "모든 노동자의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한국 사회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으로 평화 기운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가 완화해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노동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희망이 올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우리 일터에는 아직 평화의 기운이 확산하지 못했다"면서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560만명에 달하며,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에서는 비정규직 우선 해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이 차별받는 사회, 노동기본권이 짓밟히고 노동자가 쓰다 버리는 물건으로 취급받는 세상을 바로 잡자"며 "노동헌법 쟁취와 노동법 전면 개정으로 노동을 새로 쓰고, '노동 존중 세상'의 밑그림을 그리자"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선언문을 통해 ▲ 구조조정·정리해고 중단 ▲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 직장 내 성 평등 실현 및 성차별·성희롱·성폭력 철폐 ▲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 ▲ 노동3권 보장 ▲ 사회안전망 강화 ▲ 재벌 개혁 등을 촉구했다.

샤란 버로우(Sharan Burrow)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의 사내하청 근로자 8천여명 직접고용 및 노조활동 보장을 이끌어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축하를 보냈다.

버로우 총장은 "삼성은 전 세계에서 먹고살기 힘들 만큼 낮은 임금을 주고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서 노사 협상은 거부하고 있다"면서 "삼성 반도체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독성 화학물질 때문에 사망하거나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버로우 총장은 "이제 삼성이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IndustriALL)과 글로벌 기본협약을 체결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삼성이 탐욕을 멈추고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고용안정 권리를 존중하도록 만들자"고 독려했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은 "삼성의 80년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것은 단결과 투쟁으로 쟁취한 승리"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고용노동부·검찰·경찰과 삼성그룹의 정경유착 관계를 청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벨기에 철도노조 집행부 5명과 미국 전쟁반대노조협의회(US Labor Against the War) 관계자 20여명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정의당 노회찬·심상정 의원도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3시 30분께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행진했다.

특히, 전국특성화고등학교졸업생 노동조합은 광화문광장에서 노조 설립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이나 전주·제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노조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오전 9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에 '노동절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조합원과 가족들, 비정규직·이주 노동자 등 약 1만명이 참석해 하프코스·10㎞·5㎞ 마라톤 등 각종 행사를 즐겼다.

정세균 국회의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도 참석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세계 노동절을 맞아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희생한 선배 노동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면서 "이 순간에도 생산현장에서 땀 흘릴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단결과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