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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비디오천국의 추억(1)-프롤로그
등록날짜 [ 2018년08월20일 15시13분 ]
 【세상이야기 = 임동현 기자】지나간 것은 다 아름답다고 했던가. 누군가는 이랬다. 지나간 일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아름답다고.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은 없어진 그 무엇을 추억한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오늘을 생각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이전에 살던 서울 이문동 골목길을 거닐다 사진을 몇 방 찍었다. 이 골목길은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드나들었던 길이다. 지금은 아파트로 변했지만 이 길만은 20여년 전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당시 살았던 집이 남아있었다. 한때 이문동의 '핫플레이스'(?)였던 이문제일시장은 여전 여전히 간판만 남은 채 문이 닫혀있다.


 


이 골목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그 곳' 때문이다. 특히 집 옆에 그 곳이 있었다는 것은 '인연'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그 곳에서 꿈을 만났고 즐거움을 만났고 사랑을 만났다. 한편으로는 폭력을 만났고 성(性)을 만났다. 이제 그 곳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사람과 영화, 책이 있었던 그 곳 '비디오천국'.



'비디오천국'. 비디오 가게의 상호명이다. 90년대 초반은 누가 뭐래도 비디오의 전성시대였고 자연히 비디오 대여점의 전성시대이기도 했다. 당시 집 주변에는 '비디오천국'과 함께 '곰비디오'도 있었다. 곰비디오는 주로 신작이 많았는데 그 신작이 '대여중'인 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 기억 때문에 곰비디오보다 비디오천국을 더 선호했는지도 모른다. 신작을 생각보다 용이하게 구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왼쪽 '꼼지꼼지' 간판이 있는 곳이 '비디오천국' 터다.

함박눈이 펑펑 오던 크리스마스날, 드디어 우리 집에 비디오가 들어섰다. 'TV과외' 열풍이 가져온 혁명적인(?) 상황이었다. 당시 부모님은 비디오를 내켜하지 않으셨지만 TV과외 녹화가 꼭 필요하다는 자녀들의 설득을 막을 수 없었다. 때마침 TV가 고장난 것도 호재였다. TV를 바꾸는 김에 비디오를 마련하자. 그렇게 비디오는 집에 들어왔다.


비디오로 본 최초의 영화는 <지존무상>이었다. 이 작품은 대여점에서 빌린 정품이 아니라 형 친구가 공테이프에 녹화한, 빠른 속도로 녹화해 한 테이프에 두 영화를 담아낸 테이프였다. <지존무상>과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 담겨진 테이프. 그것이 나와 비디오와의 첫 만남이었다.


<지존무상>

당연히 화질은 나빴고 색깔도 어두워서 유덕화와 알란 탐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는 영화가 재미있었다기보다도 처음으로 보는 비디오라는 신기함이 더 셌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존무상>은 홍콩 카지노 무비의 재미를 한껏 보여준 영화였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았다. 도박사가 일생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다는 전설의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 영화는 때론 요상한 욕망을 갖게 하는데 당시 내가 그랬다.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꿈꾸는 중학생의 모습.

<지존무상>만 몇 번을 보다가 집에 아무도 없는 틈에 본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화면이 의외로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옥소리라는 배우를 정말 아름답게 찍는다. 오히려 남자 주인공 강석현보다는 그의 친구로 나오는 이경영의 존재감이 더 빛났고(아마 이 영화로 신인상인가 조연상인가를 받은 것으로 기억난다), 하지만 재미는 좀... 그랬다. 그렇지. 한국영화는 어쩔 수 없어. 그 오만은 그로부터 2~3년 뒤 깨지고 만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

그렇다면 처음으로 비디오천국에서 빌려본 영화가 뭐였지? 그게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 참 유감이다. <첩혈쌍웅>은 역시 형 친구를 통해서 봤고 <영웅본색> 시리즈는 다른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본 것 같다. 아무튼 이제부터 쓸 '비디오천국의 기억'은 연도를 떠나 기억나는 영화와 가게의 추억 위주로 쓸 예정이다. 부족한 글이지만 같이 추억을 나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일단 여기까지. 프롤로그는 너무 길면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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