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국립극장)
【세상이야기 = 김혜림 기자】 국립창극단의 레퍼토리 <아비, 방연>이 3월 6일부터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아비, 방연>은 조선 초기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고 단종이 강원도 영월로 귀양갈 당시 단종을 호송하고, 유배 중인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는 임무를 맡았던 실존인물 '왕방연'을 소재로 한 창극으로 2015년 초연 당시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왕방연’은 맡은 일의 무게감과 달리, 그 어떤 역사서에도 생몰 연도가 전해지지 않고 ‘숙종실록’에 한 차례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 전부인 인물이다. 극본을 쓴 작가는 의금부도사 왕방연의 존재에 작가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새롭게 직조해냈다. 단종의 충직한 신하였던 ‘왕방연’이 왜 사약을 들고 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부성애에서 찾아 한 편의 비극적 서사로 풀어낸다.
평생 강직하게 살아왔지만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의 파도 속에서 딸을 위해 신념을 꺾을 수 밖에 없었던 한 가장의 고뇌와 슬픔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영웅담이 아닌 평범한 개인의 역사이기에 관객에게 더욱 가깝게 와 닿는다.
‘아비. 방연’은 역사적 사실(fact)에 허구(fiction)를 가미한 팩션(faction) 창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2015년 초연 당시 화제를 모았다. 역사에 기록된 다양한 창작 소재 가운데에서도 단종의 죽음은 조선왕조에서 매우 비극적인 사건으로 꼽히며, 소설·영화·드라마·연극 등으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수양대군 주변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덧씌워 끊임없이 변주되는 소재인 만큼, 창극 ‘아비. 방연’과 시대적 배경이 같은 영화 <관상>, <광대들: 풍문조작단>, 소설 ‘단종애사(이광수)’와 ‘대수양(김동인)’ 등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이번 재공연을 위해 다시 모인 제작진은 작품의 큰 흐름을 유지하면서 작품의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더욱 농도 짙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본과 노랫말의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었고 수정된 대본에 맞춰 추가된 소리 대목 등을 새롭게 작곡했다. 기악 편성에도 변화를 준다. 거문고, 몽골 전통 현악기인 마두금, 다양한 목관악기 등 이색적인 조합을 이뤘던 초연의 편성에 대금과 아쟁을 더해 극적 정서를 최대로 이끌 예정이다. 이 외에도 조명과 영상을 새롭게 디자인해 한층 세련된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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