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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무 - 한겨레 기자,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 저자
등록날짜 [ 2013년08월21일 17시29분 ]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문제는 민주주의의 좋은 학습교본이다. “마키아벨리는 특히 민주진보파들에게 필요한 철학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는 최장집 교수의 지적(경향신문 2013.2.26)이 이 이슈를 통해 다시 확인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은 19일 경기도 오산시 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24억원의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오산시 땅의 매입 자금 출처가 전 전 대통령 쪽에서 나온 것인지, 전 전 대통령이 이 씨에게 비자금을 묻어놓은 뒤 이 씨가 소유한 오산시 땅을 팔아 전 전 대통령 자녀들에게 우회적으로 건네진 것인지 등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전두환 재산 문제의 원죄


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국정원 물타기’ 음모론이 트위터 등에서 떠돈다. “모든 게 전 전 대통령 가족들의 압수수색으로 인해서 덮여버린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박근혜)정부가 현안을 덮는 국면전환에 아주 능수능란한 거 같아요”라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발언(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2013.7.17 인터뷰)이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전 전 대통령을 사면해 추징금 환수의 절박함을 덮어버린 김대중 정부 각료가 하기에 민망한 발언이다. 음모론은 자신의 과제를 방기한 진영의 괴상한 변명에 가깝다.


전 전 대통령 추징 문제는 “수동혁명(passive revolution)은 한국현대사의 중요 테마의 하나”라는 원로 정치학자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만든다. 왜 이제 와서 난리냐는 반응이 있다. 1988년 여소야대 국회, 1996년 내란음모 재판, 1997년~2007년 민주당·열린우리당 정부를 거치며 전두환의 재산을 조사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오해다. 일단 ‘원죄’가 있다. 야당의 무능, 검찰의 봐주기 수사, 보수정당의 장기집권 등 세 가지 요소가 전두환 재산 문제의 원죄다.


그러므로 이창석 씨의 구속 장면을 보며 전 전 대통령에게 그저 한마디 욕을 뱉고 돌아서는 이들은 근본적 질문을 떠올려야 한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5공 비리 청문회에서 왜 재산 문제가 파헤쳐지지 않았는가? 칠레 사회가 피노체트 전 대통령을 처단한 과정과 달리, 한국사회가 민주화 이후 8년이 지난 1995년 말에야 전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을 파헤친 이유는 무엇인가? 8년 동안 전직 쿠데타 장성이 차명재산을 숨길 시간을 준 것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하의 검찰은 왜 일반적 정의의 문제에 해당하는 전 전 대통령 추징 임무를 다하지 못했는가? 진보·보수 이슈가 아닌 정당한 추징 과제조차 보수주의자 대통령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그러므로 다시, ‘한국의 민주파는 왜 무력한가’라고 물어야 올바른 질문의 순서일 게다.


선한 권력이 강하지 못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나


10월에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추징수사 속보를 볼 때마다 전 전 대통령에게 욕을 배설하는 진보·자유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은 이장규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1991년에 한 말을 기억하는 게 도움이 된다. “5공비리 청문회가 TV로 생중계되고 16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정감사를 계기로 불행했던 과거를 척결하자는 단죄의 결의는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 그러나 실망뿐이었다. 야당은 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한계 때문에 소수의 여당을 결과적으로 도와주고 있었다. (…) 결국 우리 모두가 5공이라는 한 시대에 대해 침만 뱉고 말았지 그 시대에 빚어진 우리의 문제들이 진실로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내는 작업은 거의 실패로 끝난 것이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면서 도무지 뭐가 뭔지도 모르는 가운데 어느새 화면에는 '끝'자가 나온 격이었다.”(이장규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중앙일보사 1991)


전 전 대통령 추징 문제는 한국 민주주의 학습교본이다. 선한 권력이 강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1987년에 아직 민주주의자였던 청년기자 조갑제가 이미 민주주의자들이 전 전 대통령이라는 교본에서 배울 교훈을 잘 정리했다. “그(정승화)의 증언을 정리하면서 느낀 나의 주관적 소견을 덧붙인다면, 정승화 씨는 선한 사람이다. 선하기에 이런 증언을 할 수 있는 집념과 용기가 우러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강하지 못했다. 우리 역사가 그에게 ‘강해야 할 때’라고 요구할 때 그는 역사의 부름에 화답하지 못했다. 우리가 12·12사건과 정승화 씨로부터 끌어내어야 할 과제는 ‘선하면서도 강력한 권력’을 이 나라에 세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12·12사건 정승화는 말한다》, 까치 1987)


전 전 대통령 추징 문제는 선한 권력이 강하지 못해 사망했던 자리에 서 있는 비석이다. 우리는 지금 그 비석을 보고 있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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