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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좌관 -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록날짜 [ 2013년08월28일 19시19분 ]

본시 강은 빗물이 땅을 적신 후 여러 경로를 거쳐 물이 모이는 장소로 그 지역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여 모든 것을 포용하고 기억한다. 땅이 건강하면 맑고 깨끗한 물이 모이고, 땅이 병들면 강도 오염되고 생명도 사라진다. 건강한 강은 그후 바다로 들어가고 물속 여러 영양소들은 바다의 플랑크톤을 키워내고 결국 고래까지 연결되는 생태계 사슬을 엮어내는 중요한 생태학적 실핏줄을 담당한다. 강은 땅의 결과이며 바다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섬 주변이나 연안의 높은 생물생산성은 하천에서 공급되는 영양소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즉 강은 살아 움직이는 생태학적 동선을 만들어내고 땅과 바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매개체면서 바닷속 생명을 부양하는 중요한 근간이 되는 셈이다. 땅, 강, 바다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하천을 살리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강 생태계 살리려면 흐르게 해야


강 생태계는 산림 생태계와는 그 특성이 판이하다. 산림 생태계는 훼손이 쉽지 않지만 복원속도도 상당히 느리다. 반면에 강 생태계는 훼손이 비교적 쉽지만 복원속도 또한 재빠르다.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하천복원을 내세워 임기 내에 그 성과를 보려 하는 것도 강 생태계의 이러한 특수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강은 예민한 생명체다.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관심을 쏟는다면 자연이 우리 곁으로 되돌아오는 날은 그리 멀지 않다. 그날엔 많은 생물이 찾아들어 그들 스스로 새로운 생명의 질서를 창출해낼 것이다. 그러나 이번 4대강 사업은 유사 이래 강을 단시간 내 죽일 각오로 덤빈 최초의 토목사업인 듯하다.


녹조는 수온, 광량, 영양염류(특히 인燐농도), 그리고 체류시간에 좌우된다. 즉 높은 수온과 일사량 및 인농도가 유지되고 긴 체류시간이 보장된다면 녹조가 번성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녹조가 크게 번성하는 곳은 크게 세 종류다. 첫째, 하천의 흐름을 막아 조성된 댐 호수다. 우리나라 호수의 대부분은 인공호수인데, 이들은 수량확보, 홍수통제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흐르던 하천이 그 흐름을 멈추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바로 녹조현상으로, 이곳에선 인농도가 높고 충분한 체류시간이 보장되어 녹조류가 성장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4대강의 보는 녹조현상의 직접적 원인


둘째, 강 하굿둑 탓에 생긴 하천 하류의 정체 구간이다. 우리나라는 하천으로 염분이 침투하는 것을 제어하고 안정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하굿둑을 조성하였다. 이로 인해 하천 하류는 만성적인 녹조현상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셋째, 폐쇄성 연안이다. 이곳에는 강으로부터 많은 영양염류가 유입되고 염분농도가 낮아지며 체류시간이 길어져서 적조(Red tide)가 발생하고 있다.


이 세곳은 모두 물이 정체되어 있는 구간들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하천의 수질은 물이 고이기만 하면 녹조가 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녹조예방 방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강을 강답게 해주면 된다. 비록 물속의 인농도가 다소 높더라도 흐르게만 해주면 확실히 녹조가 덜 핀다. 그래서 강은 흘러야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더운 지방에 있는 강들이 모두 ‘녹조 곤죽’이 아닌 것은 흐르기 때문인 것이다. 구미, 상주, 대구 근처 낙동강에 핀 녹조는 이러한 원인 탓이다. 여덟 군데의 보가 낙동강에 들어섰으니 전에는 녹조가 피지 않던 곳에서 체류시간이 길어져 핀 것일 뿐이다.


‘침묵의 강’ 속에서는 반란이


우리는 ‘많은 물’을 원하는 게 아니라 ‘맑은 물’을 원한다. 환경문제에 경종을 울렸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처럼 4대강은 흐르지 않아 ‘침묵의 강’이 되어버렸다. 대신 물속에선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따뜻하면 녹조류나 남조류가, 추우면 갈색빛 갈조류가 피어오른다. 수온이나 햇빛과 상관없이 현재 우리 4대강 수질로는 물이 흐름을 멈추면 녹조가 피게 된다.


불필요한 사업을 벌여놓고 문제가 생겼으니 처방한다고 분주하다. 현재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대안은 일단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열어놓는 일이다. 이 보들에 갇혀 있는 물은 현재 딱히 용도가 없다. 가뭄에도 쓸 수 없고,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만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이다. 시화호도 물을 가둬서 용수로 쓰려다 오히려 썩어서 문제가 되었다. 여러 방책을 써봤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수문을 열어서 해수를 소통시키는 방법이었다. 4대강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시화호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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